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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기억을 새기는 도시의 벽: 공공미술 캠페인의 성공과 한계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거대한 벽화 앞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풍경은,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가 만들어낸 또 다른 도시의 풍속도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추진한 공공미술 캠페인은 단순한 ‘예쁜 그림’이 아니라 방역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실용적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공공미술이 단지 장식적 기능을 넘어 시민의 행동 변화를 이끄는 ‘보이지 않는 백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예술의 사회적 효용성이라는 명분 아래 놓칠 수 있는 몇 가지 한계가 명확하게 존재했음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한창이던 어느 지방 도시, 백신 접종률이 정체되던 시점에 한 지자체는 버스킹 공연과 길거리 전시를 결합한 이색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순히 ‘맞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대신, 시민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함께 방역 수칙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횡단보도와 공원 산책로에 배치했다. 이는 지루한 행정 공지에 지친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이 에피소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사람들은 ‘지시’보다 ‘공감’에 움직인다는 사실이며, 공공미술은 그 공감을 만들어내는 가장 부드러운 매개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는 전염병 시대의 공공미술 트렌드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메시지의 시각적 전환’이다.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를 유쾌한 캐릭터나 상징적인 색채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의 형상을 의인화하거나 방역 수칙의 숫자를 대형 조형물로 승화시켜 도시의 랜드마크로 만든 사례들은, 단기간의 캠페인이 아니라 그 시대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하는 기록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위기 속에서 연대감을 형성하고 정서적 지지를 나누는 ‘공감의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일상생활 속 공간의 재점유’ 전략이다. 방역으로 인해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공공미술은 SNS에서의 ‘인증샷’ 명소가 되어 시민들의 외부 활동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공원, 골목길, 상점가 등 한적해진 도시의 빈 공간을 문화예술로 채워 넣은 것은,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겸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거리를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는 ‘산책형 전시’와 야외 조각 공원 등은 실내 밀집을 피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러운 방역 수칙의 실행을 유도하는 동시에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공공미술의 치유적 기능을 넘어, 지역 경제의 촉매제로서도 기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단계는 ‘기억의 기록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팬데믹을 겪은 시민들의 두려움, 고립감, 그리고 회복의 의지를 담은 예술 작품들은 백신이라는 과학적 방역과 더불어 사회적 상처를 봉합하는 심리적 방역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 캠페인의 한계는, 지나친 ‘친근함’에만 집중한 나머지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캠페인은 예술의 자기 비판적 기능보다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항상 내포한다. 성공적인 사례의 이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억하는 예술 작품들이 단순한 감성적 호소에 그쳐, 정보의 정확성이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시민의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순응’을 강요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로 미술 작품이 주는 일시적 위로가 방역 조치의 불편함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나 정부 정책의 모순을 덮는 구실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과 한계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실행 방안은 무엇일까. 이 위기 속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공공미술 캠페인이 일방적인 주입식 전달에서 벗어나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쌍방향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만들어 붙이는 참여형 벽화 프로젝트나,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공동으로 기획하는 워크숍은 단순한 시각적 소비를 넘어 능동적인 문제 해결의 장을 제공한다. 지자체는 예술가에게 단순한 ‘디자인 작업’을 의뢰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공동체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예술적 언어로 풀어낼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캠페인이 끝난 후 그 결과물에 대한 시민들의 피드백을 수렴하여 다음 단계의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 역시 필수적이다.

결국 전염병 시대의 공공미술은 시각적 화려함 뒤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을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세울 때 비로소 완성도를 갖추게 된다. 벽에 그린 한 점의 그림이 단순한 미적 대상으로 남는가, 혹은 위기를 극복하는 사회적 대화의 시작점이 되는가 하는 것은 결국 그것을 바라보는 시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진심으로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도시의 벽은 거울과 같아서, 우리가 팬데믹이라는 재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잃었거나 얻었는지 그대로 비춰준다. 이 거울이 더욱 선명하고 다각도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서는 이제 형태를 만드는 예술가와 구도를 설정하는 행정가 모두가 ‘듣는 태도’를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Lawrence A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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